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첫.눈.조.심.

모처럼 유니텔을 키고 여기저기 쑤석이다가, '첫눈조심'이란 제목에 눈이 끌려.. 클릭했는데.. 읽으니까.. 왠지 슬퍼지네요. 이게 어른이 되는 건가.. 라는 생각도 들구요. 눈이 오는 것에 마냥 좋기만 한 것과, 눈이 오고 난 후 그 질퍽거림을 걱정하는 일.. 지희는 아직 눈이 오는 것에 마냥 좋기만 한데요. ^^

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요즘들어 '첫눈 조심'이라는 안내판이 고속도로 진입로마다 하나씩 자리하기 시작했습니다.

첫눈 올 때 도로가 미끄러우니 방심하지 말라는, 운전자들을 향한 교통부 당국의 경고성 당부인 건 알지만, 저는 그 '첫눈 조심'이라는 말에 왠지 모를 비애감마저 느낍니다.

좀 어색하기는 해도 '초설 조심'이라든가, '첫눈 대비'와 같은 말로 써놨어도 되지 않았을까, 하는 게 바로 첫눈을 아끼려는 저 같은 낭만주의자들의 조잔한 심산인 것입니다.

채 쌓여보기도 전에 금세 녹아 없어져버리는 탓에 싸드락싸드락 밟아볼 맛은 없지만서도 첫사랑 같은 감미롭고 아삼삼한 추억을 떠올리며 그냥 맞아도 보고 싶어지는 게 바로 첫눈이 아니던가요.

헌데 그 기다려지는 설레임 뒤에 '조심'해야 한다는 경고적인 단어가 결합됨으로 인해 첫눈에 대한 낭만적인 상상력을 모조리 거두어가는 말이 되어버린 듯합니다.

개 조심, 낙석 조심, 맨홀 조심, 날치기 조심 등등의 그 '개, 낙석, 맨홀, 날치기' 같은 저급(?)한 단어와 '첫눈'을 동일한 맥락에 위치시켜야 하니 말입니다.

영하의 계절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그 어떤 잊지 못할 손님처럼 문득문득 반갑게 기다려지는 첫눈을, 교통사고를 유발시킨다 해서 조심해야 하다니 드라이브고 뭐고 운전할 맛이 싹 가십니다.

서울 같은 대도시는 공해로 인해 대기온도가 해마다 상승하면서 첫눈 오는 시기도 그만큼 늦어지고 눈 구경도 그리 흔치는 않아진 듯합니다.

그 결정의 순도 또한 지방의 그것에 비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.

하여 낭만이라는 게 점점 실종되어 가는 시대의 대표 도시로 전락해가고 있는 서울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삼류 로맨티스트 행세라도 할 수 있어 좋았는데...

미끄러워질 도로 사정만 조심하라는 거겠죠?
반가이 내리는 첫눈까지 조심하라는 건 아니겠죠?
그 어떤 사연처럼 우리네 가슴에 항상 따스히 내려줄 첫눈...

그 영상의 온도를 가진 첫눈을 저는 조심하지 않은 채 마냥 기다릴 것입니다.

<생각하나(이동혁)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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